여자의 마음 서양화 그림
광주 전남대 졸 에술학 박사
바람이 분다. 봄날이다. 봄바람이다. 날기에 참 좋은 햇살 담은 봄바람이다. 고이 접어둔 날개를 다듬어 비상을 꿈꾼다. 이카루스의 무모한 날개짓이 아닌 찬란한 가벼움의 날개짓으로…!
작품을 제작할 때 나의 관심은 개인과 우주 사이의 관계이다. ‘존재하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내가 여성으로서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개별자로서의 나는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가?’하는 실존적 물음으로부터 출발해 동양의 고대 철학인 음양론에 귀결된다. 예로부터 여성은 음에 해당하며 생명의 근원인 대지 혹은 물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물은 반드시 낮은 곳을 향해 온 대지를 적시고 생명을 발아시키며 양육하는 존재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여성은 생명을 낳아 기르는 숙명을 갖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 연작에서 드러나는 여인상은 창백하면서도 가냘픈 몸매를 지니나, 태아를 담고 있는 볼록한 배, 바람에 흩날리는 한복의 실루엣과 소녀에서 여인으로의 재탄생을 알리는 전통 결혼식에서 볼 수 있는 족두리와 비녀, 자아를 관조하며 사색에 잠긴 듯한 치켜 올려진 눈매, 비상하는 새와 나비 등은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대, 음과 양의 조화, 인간의 유한성을 넘어선 새로운 자아의 탄생을 예고한다.
장을 마치고 한껏 치장한 모습으로 이제는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듯 실존적 결기를 드러낸다. 성긴 모시천과 오일의 결합으로 과거의 편식을 과감히 거부하고 생명을 잉태하는 혼돈(chaos)의 숙명과 그 혼돈으로부터 탄생한 질서(cosmos)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이제 새로운 여인으로 재탄생한다.
바람이 분다. 봄날이다. 봄바람이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잎들이 바람 따라 춤춘다. 세상 모든 여인들이여, 춤추며 한껏 날아오르자. 드넓은 창공을 향해 묵은 비늘 같은 자신의 오래된 관성으로부터 벗어나 찬란한 가벼움으로 날자…!